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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올해 순매도액 197조원 중 171조가 삼전닉스
코스피 하락 부채질…삼전닉스 등 호실적에도 주가 횡보
블룸버그 등 “폭넓은 생태계,인터넷 불법 도박대만이 더 인기” 잇따라 보도
올해 상반기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최대 수혜 시장으로 꼽혔던 한국 증시가 하반기 들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에서 자금을 회수하고,개인투자자들마저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면서다.
AI 반도체 호황에 대한 기대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우려와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편중된 한국 증시의 구조적 한계가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쏠린 한국보다 보다 넓고 깊은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가 더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한때 뜨거웠던 AI 투자 열풍 식자,한국 증시 매수세 실종’(Once-hot AI trade leaves South Korean stocks struggling for buyers)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삼전닉스와 한국 증시의 횡보 현상을 분석했다.인베스팅닷컴도‘AI 열풍 식자 한국증시에서 발빼는 외국인 투자자’(Foreign investors flee South Korean stocks as AI boom loses steam)라는 제목을 통해 비슷한 분석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해 상반기 세계 주요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하지만하반기 들어 22% 하락하며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지난 5월말 고점과 비교하면 주식 거래대금은 70% 급감했다.반면 AI 관련주 비중이 높은 미국과 대만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한국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두드러진다.블룸버그가 한국거래소 자료를 집계한 결과,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한국 주식에서 1310억달러를 회수했다.아시아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글로벌 자금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돌아가는 가운데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197조원 규모의 누적순매도를 기록했다.
한국 증시의 핵심 문제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꼽힌다.두 기업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올해 상반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그러나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면서 이 같은 집중도가 오히려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액 중 171조원이 삼전닉스를 판 것이다.삼성전자가 약 85조원,SK하이닉스가 86조원을 차지한다.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9배 급증했음에도 주가가 하락했다.시장에서는 실적 개선 자체보다 앞으로의 성장세와 수요 지속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해석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레이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필립 울 포트폴리오 운용 책임자는 메모리 반도체 투자 테마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손쉬운 수익은 상당 부분 실현됐다고 평가했다.이 회사 펀드는 한국 AI 관련주에서 차익을 실현했으며,현재 삼전닉스의 비중을 시장 평균보다 낮게 유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복귀가 더디다는 점도 부담이다.코스피의 상반기 100% 상승을 뒷받침했던 개인 자금은 7월 급락 이후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6월 38조6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한 달간 33조원 안팎에 머물렀다.투자자 예탁금도 사상 최고치인 약 140조원에서 100조원 수준으로 줄었다.
싱가포르 소재 픽테트자산운용의 존 위타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메모리 반도체 종목들이 현재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저평가된 가치주가 됐다고 진단했다.다만 그는 개인투자자와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가 저평가 자체보다는 성장성을 좇는다는 점을 지적했다.현재 실적이 양호하더라도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 투자 자금이 유입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점도 변수다.두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합산 55조원에 달한다.JP모건체이스는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발생한 약 230억달러 규모의 매수 주문 가운데 상당 부분이 두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주요 매수 주체의 지원이 약해질 경우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대만 증시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올해 들어 대만 가권지수는 70% 상승했으며,지난 분기 코스피를 약 23%포인트 앞질렀다.21세기 들어 가장 큰 상승률 격차다.올해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종목의 비중도 대만 증시에서는 약 10%로,코스피의 4.7%를 웃돌았다.
대만의 강점은 AI 공급망 전반에 걸친 산업 생태계다.반도체뿐 아니라 AI 하드웨어 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들이 포진해 있어 AI 투자 확대의 수혜가 여러 업종과 종목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평가다.UBS 글로벌자산관리의 아시아 자산배분 책임자인 춘라이 우는 대만이 보다 완결된 기술 하드웨어 생태계를 갖추고 있으며,에볼루션 가라머니 사이트주요 기술기업들의 견조한 투자 계획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AI 투자가 이어지고 메모리 반도체 수익성이 유지된다면 최근의 조정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정책도 중장기 투자 유인이다.코스피는 상반기 상승에 힘입어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주요 증시 가운데 높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는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만으로 외국인 자금을 붙잡기 어려울 수 있다.AI 투자 확대의 과실이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다양한 산업과 기업으로 퍼지고,기업가치와 주주환원 개선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글로벌 AI 열풍에 올라타는 것만으로는 증시의 상승세를 지속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 증시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