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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외포항 수산물 직판장에서 만난 가을.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새우젓 축제 열려

친가는 섬이다.큰아빠와 큰엄마는 지금도 계절마다 제철 해산물과 생선을 꼭 보내주시기 때문에 우리 집에는 바다의 먹거리가 꾸준히 도착한다.아마 아빠가 서울로 온 뒤부터 그러셨을 테니,내 평생 이어진 일인 셈이다.상자를 열어보고서야 무엇이 제철인지 알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수산시장에서는 구경이 길어진다.집으로 도착하는 먹거리들이 여기서는 저마다 이름표를 달고 있다.익숙한 것도 있고 처음 보는 것도 있다.외포항 젓갈,수산물 직판장에서도 바구니와 대야 사이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식탁에 오르기 전의 생선들

▲ 외포항 젓갈 수산물 직판장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에 있는 직판장 ⓒ 최수안
강화에는 가을이면 새우젓 축제가 열린다.외포항 직판장에 붙은 안내에 따르면,올해는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축제를 생각하고 간 것은 아니지만 안내를 보고 가을 장사가 시작되는 때임을 알았다.

파란 건물 밖에 눈길을 붙잡은 것은 노란 끈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생선들이었다.건조대에는 은빛 생선들이 검은 망 아래 나란히 누워 있었다.반찬으로 마주하던 생선들이 여기에서 말라가는 중이었다.식탁에 오르기 전,햇볕과 바람을 거치는 시간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 말려서 파는 생선들 민어,장대,슬롯머신 환수율우럭 같은 이름표를 달고 있다.ⓒ 최수안
안으로 들어가니 분홍색과 파란색 바구니마다 생선이 담겨 있었다.민어,우럭,장대.이름표와 생선을 번갈아 보았다.어떤 것은 길쭉하고,어떤 것은 넓적했다.비늘이 은빛으로 남아 있는 것도,깔끔하게 손질해 속살을 드러낸 것도 있었다.생선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뭉뚱그리기에는 생김새가 제각각이었다.

젓갈 진열대 앞에서는 조금 오래 멈추었다.낙지,조개,명란,오징어,가리비.스무가지가 넘는 젓갈들에는 작은 이름표가 촘촘히 꽂혀 있었다.붉은 양념에 담겨 얼핏 비슷해 보여도 가까이 보면 모양이 다르다.바다는 이렇게 많은 것을 내어주고,사람들은 그것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먹는다.

▲ 스무 가지가 넘는 젓갈 통마다 손글씨 이름표가 꽂혀 있고,맛볼 수 있다.ⓒ 최수안
허균은 <도문대작>에 젓갈 이야기를 남겼다.고등어 내장으로 담근 젓갈 이야기도 있다.작은 이름표들을 하나씩 읽게 되는 마음은 옛사람도 비슷했나 보다.그는 유배지에서 지난날 먹었던 음식들을 떠올려 이 책을 썼다.내게도 먹거리는 기억을 데려온다.젓갈 진열대를 구경하다가,계절마다 우리 집으로 오던 상자를 생각했다.

이름표에 계절이 들어 있다

새우젓은 커다란 대야에 수북했다.작은 새우들이 쌓여 산처럼 보이고,그 사이에 추젓과 육젓이라는 이름표가 보인다.육젓은 6월에 잡은 새우로,추젓은 가을에 잡은 새우로 담근다.이름에 계절이 들어 있다.달력 없이도 무엇을 잡고,인디안 카지노무엇을 담그는지에 따라 한 해를 헤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에 담근 추젓은 김장에 널리 쓰인다.강화는 그 추젓으로 이름난 곳이다.임진강과 한강 물이 서해로 섞여드는 자리여서 바다가 덜 짜고 먹이가 많다고 한다.새우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물에서 자란다.

강화에는 새우젓으로 간을 하는 젓국갈비라는 음식도 있다.고려가 몽골에 맞서 강화로 수도를 옮겼을 때 왕의 밥상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내가 사는 이 섬의 밥상에는 오래전부터 새우젓이 있었던 모양이다.

▲ 강화 추젓 이름표에 계절이 들어 있다.대야마다 새우가 수북하다.ⓒ 최수안
대야 속 작은 새우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집의 김치에 들어갈까.수북이 쌓여 있지만,곧 작은 통에 나뉘어 담겨 각자의 부엌으로 가겠지.배추와 무 사이에 들어가 겨울 동안 먹을 김치의 맛을 낼 것이다.

강화도 새우젓 축제는 2004년에 시작됐다.강화 새우젓을 알리고 판매를 늘려 어업인들의 소득과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자는 취지였다.이 직판장에도 사연이 있다고 한다.2020년 3월 화재로 점포 대부분이 불에 탔고,그해 10월 다시 문을 열었다.지금은 바구니와 대야마다 먹거리가 가득하지만,장사를 이어갈 곳을 잃었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집어 든 건 보리새우 한 되였다.한 되에 만 원.'강화 석모도'라고 쓰인 라벨이 바구니에 꽂혀 있다.젓갈이 되려면 오래 삭혀야 하지만 이건 바싹 말라서 바로 볶으면 된다.텃밭에서 수확한 고추와 함께 볶아 먹자고 엄마와 이야기 했다.시장을 한 바퀴 돌며 살아있거나 삭힌 것들만 보고 와서,정작 들고 온 건 마른 것이라는게 어쩐지 우스웠다.

▲ 강화 석모도 보리 새우 한 되에 만 원.이날 집어 든 것이다.ⓒ 최수안
직판장 밖에는 고요한 바다가 있었다.흐린 하늘 아래 강화의 낮은 산들이 겹쳐 보였다.물이 빠진 자리에는 갯벌이 드러나 있었고,그 너머 수면은 잔잔해 보였다.시장 안에서 본 많은 이름들과 빛깔을 떠올리며 바다를 바라보았다.저 조용히 보이는 물에서 건져 올린 것들이 바구니를 채우고,장사를 이어가게 하고,먼 곳의 가족에게도 닿는다.

가을이다.강화 외포항에는 가을에 잡은 새우가 있고,김장 거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 강화 외포리 바다 물이 빠진 갯벌 너머로 강화의 낮은 산들이 겹쳐 보인다.ⓒ 최수안
▲ 강화 외포항 수산물 직판장 꽃게,백합,참소라,키조개.이름표들과 생김을 들여다본다.ⓒ 최수안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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