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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역사 왜곡” 공세에 상영중단 요구까지
배우·평론가·유튜버 SNS엔‘댓글 테러’확산
케네디 암살 다룬‘JFK’도 논란 일었지만
공론화 통해 기록공개법 제정으로 이어져
영화계 “창작 막기보다 관객 판단에 맡겨야”
정치권이 영화 <암살자(들)>을 향해 제기한‘역사 왜곡’논란이 격화되고 있다.국민의힘은 지난 29일 영화 상영 중단과 허진호 감독의 국정감사 출석 요구 등을 주장했다.온라인상에는 출연 배우뿐 아니라 영화를 추천한 배우와 유튜버 등의 SNS에 악성댓글이 난무하고 있다.관객이 보고 평가해야 할 영화가 개봉 초기 정치 쟁점화되면서 소모적인 논쟁이 영화를 뒤덮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육영수 여사가 피격당해 숨진 사건을 소재로 하는‘팩션’(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가미한 이야기) 영화다.영화는 암살범의 배후에 중앙정보부가 연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가상 인물인 경찰(유해진)과 기자(박해일·이민호)의 시선으로 탐구한다.2000년대 초반까지 불거졌던 총성과 탄흔·탄피 개수가 다르다거나,스핀슬롯육 여사가 암살범이 쏜 총이 아닌 다른 총에 맞았을 수도 있다는 각종‘설’을 상상력으로 이은 것이다.
<암살자(들)>이 겨냥하는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니다.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에 대한 영화적 묘사는 경축식 장면을 제외하면 거의 나오지 않는다.영화는 정보의 은폐로 명확히 진실이 드러나지 않아 도리어 이‘설’을 낳았던 1970년대의 엄혹한 시대상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국민의힘 등 야권은 “피격의 배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는 참으로 황당한 스토리라고 한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28일 페이스북)며 역사 왜곡 논란을 키웠다.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사자 명예훼손죄”라고 주장했고,이종배 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29일 허 감독 등 제작진을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허 감독은 유튜브 채널‘봉지욱의 오프더레코드’에 출연해 “박정희가 육영수를 죽이라고 시켰다는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며 “(그런 내용은) 모순되고 개연성이 없다”고 밝혔지만,영화 도박공방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온라인에서는‘댓글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출연 배우뿐 아니라 손글씨로 영화에 응원글을 전한 배우들의 SNS에 욕설 등 공격이 계속됐다.<암살자(들)>을 다룬 콘텐츠에도 악성댓글이 쇄도하면서 영화평론가 이동진,역사강사 최태성,영화 유튜버 지무비 등이 30일 관련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가 논란에 휩싸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2005년 10·26 사태를 블랙코미디로 그린 임상수 감독의 영화 <그때 그 사람들>도 역사 왜곡 논란과 정치적 공방에 휘말렸다.당시 박 전 대통령 장남 박지만씨는 영화에‘악의성이 엿보이는 장면’이 있다며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영화에 포함된) 다큐멘터리 장면 세 곳을 삭제한 뒤 상영하라”고 결정했다.“해당 장면이 영화가 허구가 아닌 실제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고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이에 영화계에서는 “사전 검열이며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근현대사 소재 영화에 대한 논란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영화평론가들은 “창작의 자유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관객들이 스스로 보고 판단하게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민아 영화평론가는 “역사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제작자들이 객관성을 유지하는 중심성이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그러나 창작 자체를 가로막을 일이 아니다”라며 “영화의 정합성이 떨어진다면,아프리카 룰렛 기록관객 반응과 비평에서 충분히 비판이 이어질 수 있다.그러기도 전에 정치권에서 이를 과열되게 다루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도 “개인인 관객들이 영화를 둘러싼 호불호를 논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비록 격렬하더라도 대단히 민주적이며 오히려 창작욕을 자극할 수 있다”면서도 “힘 있는 분들이 영화를‘상영하지 말라’또는‘보면 안 된다’고 강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역사 소재 영화가 오히려 실제 역사에 대한 논의를 풍부하게 하기도 한다.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암살사건이 리 하비 오즈월드의 단독 범행이라는 공식 조사에 의문을 제기한 올리버 스톤의 영화 <JFK>(1992) 또한 “역사 왜곡”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이 영화 역시 뉴스 영상과 정부 기록 영상 등을 다수 삽입해 사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리다는 지적을 받았다.하지만 이 논란이 정부 문서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여론을 촉발해 1992년 관련 기록공개법이 제정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역사 영화는‘어디까지가 사실일까’관객들이 질문하게 하고 탐색하게 한다”며 “현대사에 대해 의존할 만한 기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극화된 역사는 지적 탐구에 좋은 자극이 된다”고 했다.
지난 28일 박스오피스 2위로 내려앉았던 <암살자(들)>은 29일 다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네이버 영화페이지에서 영화 비관람객도 작성할 수 있는 누리꾼 평점이 2.3점으로 떨어졌으나,와이즈토토 커뮤니티실관람객 평점은 8.2점을 유지하고 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93006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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