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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맞은 전남광주통합시 가보니

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은 광주 군공항 부지를 찾아 "(호남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가장 빠른 속도로 하겠다"며 "전력·용수 공급이 늦는다 해도 타이밍을 빨리 맞출 수 있다면 먼저 공
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은 광주 군공항 부지를 찾아 "(호남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가장 빠른 속도로 하겠다"며 "전력·용수 공급이 늦는다 해도 타이밍을 빨리 맞출 수 있다면 먼저 공사에 들어가겠다"고 했다.왼쪽은 민형배 전남광주시장.[뉴스1]
지난 7일 찾은 광주 광산구 신촌동 광주 군공항 인근 부지.인적이 드문 신야촌마을엔 전투기의 굉음만 울려 퍼졌다.풀만 무성한 도로변에는‘국방부는 이주단지 즉각 조성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한 지 1주일 만인 7월 8일 정부가 이곳을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부지로 낙점했지만 현장엔 통합의 핵심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아닌 적막감이 감돌았다.인근 신촌생활근린공원에서 만난 김모(67)씨는 “처음엔 다 될 것만 같았다.집값도 좀 꿈틀거렸다”면서도 “이젠 장기전이 될 것 같다.발전은커녕 지역이 더 뒤처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사실 발표 자체는 빨랐다.전남 무안군 망운면을 군공항 이전지로 정했다.그러나 무안군이 요구한 선결조건 이행이 지연되면서 주민 반발이 이어졌다.목포대·순천대가 경합한 전남권 국립의대 입지로 순천대를 결정하면서 동·서부권 갈등까지 중첩되며,군공항 이전에 필요한 주민투표마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까지 나온다.이런 가운데 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예정부지를 찾아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하겠다”고 거드는 일까지 있었다.

지난 8일로 출범 100일을 맞은 전남광주시가 안고 있는 과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이재명 정부의‘5극3특’균형발전 구상에 따라 전국에서 가장 먼저 통합특별시로 출범했지만,행정조직 개편부터 대형 국책사업의 입지 선정,항공편 슬롯재정 배분에 이르기까지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행정구역의 경계는 허물었지만 지역 간 이해관계의 벽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산장려금 깎인 전남 “손해는 우리가”
광주 군공항 부지 앞에 걸린 현수막.신수민 기자
광주 군공항 부지 앞에 걸린 현수막.신수민 기자
실제 시민들 사이에선 통합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광주 남구 봉선동에서 만난 김모(42)씨는 “이름만 전남광주 아니냐.일만 더 복잡해지고 있다”며 “얻은 게 없어 잃을 것도 없으니 다시 해체된다고 해도 별 감흥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권모(32)씨도 “기득권이 있으니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서로 대화가 잘 안 됐는데 무작정 통합부터 한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드러났다.뉴시스·무등일보·광주MBC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5일 전남광주통합시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9.2%가‘행정통합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했다.그 이유로는‘국립의대 등 지역 간 이기주의 갈등’(26.8%)이 가장 많이 꼽혔다.이는 민형배 시장의 시정 운영에 대한 평가로도 이어져 부정평가는 54.3%(긍정 34.1%)였다.7월 말 조사 때보다 19.4%포인트 급등했다(당시 긍정평가는 36.9%).

행정통합의 첫 단계이자 가장 용이한 단계일 수 있는 조직개편에서부터 시끄러웠다.지난 7월 전남광주시가 광주·무안·동부(순천) 등 3개 청사에 행정 기능 과 인력을 분산 배치하는 조직개편안을 내놓자 공무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핵심 부서의 청사별 배치와 교류인사에 따른 불이익,메이플 헤어룸 슬롯지역 간 역차별 논란이 쟁점이었다.광주청사 공무원들은 주요 기능이 다른 청사로 분산되면서 광주의 행정적 위상이 축소될 것이라 반발했다.한동안 광주청사 앞에는‘광주청사 죽이기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줄지어 놓이기도 했다.

“3개 청사를 순회근무 하겠다”고 공약한 민형배 전남광주시 시장의 동선부터 반발을 불렀다.하루에 3개 청사를 돈다고 하면 이동거리만 300㎞,도로 위에서 3시간반가량을 보내는 것이라 비현실적이었다.그래서 나온 게 일별 순회근무였다.시 관계자는 “기능이 3곳에 분산배치 되다보니 사안별로 각 청사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한 주의 절반 정도는 서부(무안)·동부(순천)청사를 찾으시는 듯하다”고 말했다.실상은 좀 달랐다.출범 이후 지난달 9일까지 공휴일·일요일을 제외한 58일 중 대부분 광주청사에 머물렀다.무안청사엔 14일 출근했는데 의회 출석이 4일이라 실제 근무일은 10일이고 동부청사엔 더 적은 5일이었다.시의원들은 “국립의대 문제로 서부권의 민심이 악화되던 9월 초에도 전남청사에는 단 하루 출근했을 뿐”이라며 “한 맺힌 민심을 들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데도 도대체 통합시장은 어디에 있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그래픽=남미가 기자
청사 간 업무체계 정비도 아직 혼선이다.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몇몇 지원부서의 경우 같은 업무인데도 아직도 전남,광주시가 각각 업무를 처리해 한 시민이 전남도에 왔다가 광주로 다시 서류를 내러 가야 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조직개편도 출범 두 달여 만에야 발표됐다.5급 이하 공무원 91명이 기존 근무지를 떠나 다른 청사로 배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반발을 불렀다.광주에서 무안 등으로 근무지를 옮긴 직원에게는 승진 가점 최대 3점과 월 60만원의 주거지원비 등이 제공되지만,현장 반응은 냉담하다.김관희 한국공무원노조 광주지역본부 사무국장은 “이주 수요가 늘면 월세도 오를 텐데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김영선 전남도청열린노조 위원장도 “근무지 이동에 따른 승진 가점 3점이 기존 전보자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향후 근무성적 평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전남 출신 공무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이날 오후 무안군 삼향읍에 위치한 무안청사에서 퇴근길에 만난 순천 동부청사로 발령받았다는 한 공무원은 “출근하는 데만 1시간 넘게 걸린다”며 “동부청사도 사무실이 4곳으로 분산돼 근무 공간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토로했다.1시간 이상 걸려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직원들을 위해 무안~광주 출장버스도 마련됐지만 아직 이용률은 미미한 상태다.한 직원은 “아무래도 셔틀버스 시간대에 맞춰서 이동하기보다 자차가 더 편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 “갈등조정위 지금이라도 설치를”
무안청사 앞에 걸린 현수막.신수민 기자
무안청사 앞에 걸린 현수막.신수민 기자
30년 가까이 끌어온 국립의대 입지 선정도 반발을 키우고 있다.지난 8월 30일 순천대가 최종 유치 후보지로 결정되자 목포대 측은 평가의 공정성과 부지 확보 문제 등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목포시 의원들은 무안청사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삭발 시위까지 벌이며 반발했다.이오숙 시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은 “정치권까지 나서서 대립하면서 더 갈등이 팽배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역 간 갈등은 재정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통합 이후 지역별 재정 부담과 혜택이 불균등하게 배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행정통합 인센티브인 정부 지원금‘4년간 최대 20조원’과 4조원에 달하는 옛 광주시의 채무,특히 광주도시철도 채무 2조2000억원이 당장의 쟁점이다.전남 지역에서는 출산장려금 등 각종 보조금 축소가 통합시 재원 마련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무안군 주민 김모(70)씨는 “되레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광주 지하철 건설로 발생한 2조원이 넘는 빚을 왜 우리가 갚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정 배분을 둘러싼 논란은 광주 지역 5개 자치구를 시로 승격하는 문제로까지 번졌다.양부남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광주 지역 5개 자치구를 기초자치단체인 시로 승격하는 내용의‘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기존 동·서·남·북·광산구를 폐지하고 동광주시·서광주시·남광주시·북광주시·광산시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자치구는 시·군보다 직접 징수할 수 있는 지방세 세목이 적어 재정 확보에 불리하다는 논리다.

이 같은 진통을 두고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통합부터 해서 나온 결과란 지적이 나온다.광주 광산구에서 만난 심모(65)씨는 “정부가 속도에 급급해 밀어붙이다 보니 정작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광주종합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만난 유모(54)씨도 “이제 와서 통합을 되돌릴 수는 없지 않으냐”며 “반도체클러스터 조성도 군공항 이전이 선행돼야 가능한 일이다.결국 정치와 행정이 풀어야 할 문제인 만큼 통합시 출범에 걸맞은 행정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섭 호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갈등은 통합과정에서 주민들이 수긍하는 충분한 숙의가 이뤄지지 않아 드러난 예견된 결과”라며 “광주·전남 인구 비례에 따른 대표성 문제 등 향후 터져 나올 갈등에 대해 상시 조정하는 갈등조정위원회를 지금이라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도 “갈등 조정이 안 되면 밀어붙이기식의 결정을 하는 건 되레 후유증과 갈등만 양산할 뿐”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균형 인사로 구성한 TF에서 논의토록 하고,온라인 카지노게임특정권역이 손해 본다는 피해의식을 느끼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플랜을 시민들에게 선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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