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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edittext 포커스 주기|안드로이드 EditText 키보드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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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시각으로 톺아본 작품 해석과 의미
캐나다 시인 앤 카슨은 2025년 8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모데르나 뮤세트 미술관에서 자신의 작품‘Antigonick’을 공연하고 있다.AP연합뉴스
캐나다 시인 앤 카슨은 2025년 8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모데르나 뮤세트 미술관에서 자신의 작품‘Antigonick’을 공연하고 있다.AP연합뉴스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갈 때 살아남고 싶다면 반석이나 큰 나무줄기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을 찾아 붙잡아야 한다.인간의 지성이 아무리 내달려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인공지능(AI)과 함께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지금,우리는 이 미친 듯한 속도를 계속 좇기만 해야 할까.그럴 수는 없다.오히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것,천 년 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들,변하지 않는 인간 고유의 가치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지금 우리는 인류의 문명을 완전히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예수도 산상수훈을 마치며 모래 위의 집과 반석 위의 집을 이야기했다.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 집은 화려한 집이 아니라 기초를 반석에 둔 집이었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캐나다 작가 앤 카슨의 문학을 읽으며 이 오래된 비유가 떠오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카슨은 사포와 스테시코로스,그리스 비극과 신화의 파편을 수천 년 뒤의 오늘로 가져온다.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다.가장 오래된 것과 가장 새로운 것을 부딪쳐 오늘의 인간을 다시 보기 위해서다.

스웨덴 한림원은 카슨이 “고전적 전통과 장난스럽게 대화하며 현대문학의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눈에 들어오는 말은‘장난스럽게’다.카슨의 문학은 어렵지만 근엄하지 않다.시를 쓰다가 산문을 끼워 넣고,신화를 불러냈다가 어머니와 나눈 일상적인 대화로 내려온다.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나란히 놓고 독자에게 묻는다.정말 서로 관계없는 것일까.

‘유리,아이러니 그리고 신’의‘유리 에세이’가 대표적이다.한 여자가 사랑에 실패한 뒤 어머니를 찾아가 에밀리 브론테를 읽는다.자신의 이별과 브론테의 문학,어머니의 일상과 오래된 여성의 고독이 한 작품 안에서 포개진다.이는 산만함이 아니라 삶의 실제 모습에 가깝다.우리의 기억도 오늘 아침의 커피에서 십 년 전의 사람으로,다시 오래전에 읽은 책 한 권으로 건너가지 않는가.

노벨문학상 수상자 앤 카슨.연합뉴스
노벨문학상 수상자 앤 카슨.연합뉴스

카슨은 설명하지 않고 병치한다.연결하지 않고 독자가 연결하게 한다.같은 책의‘이사야서’가 그렇다.카슨의 이사야는 성서 속에 박제된 예언자가 아니다.하나님에게 질문하고,하나님과 실랑이하고,하나님의 목소리를 기다린다.성서를 많이 읽은 사람일수록 당황할 수 있다.그런데 바로 그 낯섦 때문에 오래된 질문이 다시 살아난다.믿는다는 것은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뜻인가,아니면 끝까지 질문하면서도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인가.카슨은 기독교 작가가 아니다.그러나 성서와 신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이다.그래서 기독교 독자는 그의 작품을 읽으며 너무 익숙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낯설게 보게 된다.

‘탈창조(Decreation)’(2005)에서는 이 질문이 더욱 깊어진다.카슨은 사포,중세의 신비가 마르그리트 포레트,철학자 시몬 베유를 한자리에 불러낸다.글쓰기는 자신을 드러내는 일인데,이들은 오히려 자기를 비우고 지우려 했다.카슨이‘탈창조’에서 보는 것은 파괴가 아니다.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에서 한 발 물러나는 일,자기 자신을 조금 덜 움켜쥐는 일이다.
 

이 점에서 카슨의‘탈창조’는 기독교의 오래된 언어와 묘하게 만난다.바울은 그리스도가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라고 썼다.물론 둘을 곧바로 동일시할 수는 없다.그러나 자기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이 능력이라고 믿는 시대에,자기에게서 한발 물러서는 일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화가 시작된다.AI 시대는 더 빨리,더 많이,더 정확하게 해내라고 요구한다.카슨의 문학은 다른 방향에서 묻는다.무엇을 내려놓아야 다른 존재를 볼 수 있는가.

‘빨강의 자서전’에서 이 질문은 사랑의 이야기가 된다.스테시코로스의 신화에서 게리온은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괴물이다.그러나 카슨의 게리온은 붉은 날개를 단 소년으로,아름다운 소년 헤라클레스와 사랑에 빠진다.헤라클레스는 아름답지만 상처를 주고,게리온은 괴물이지만 사랑할 줄 안다.누군가를 영웅이라 부르고 누군가를 괴물이라 부르는 방식 자체가 흔들린다.카슨은 사랑을 아름다운 구원으로 봉합하지 않는다.두 사람은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그가 일찍부터 연구한 에로스의 핵심에도 결핍이 있다.누군가를 원하지만 완전히 소유할 수 없고,가까워지고 싶지만 끝내 타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사랑은 그 불가능을 견디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카슨의 문학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말은‘파편’일 것이다.고대 그리스의 파편,성서의 파편,기억과 가족과 사랑의 파편.그는 그것들을 완전한 하나로 복원하지 않고 깨진 채로 놓아둔다.그래서 유리라는 이미지가 오래 남는다.깨진 유리 조각들은 더 이상 온전한 유리가 아니다.하지만 각각의 조각을 통과한 빛은 다른 색을 만든다.완전함이 아니라 균열 때문에 빛이 달라진다.

카슨은 사랑의 실패도,신을 향한 의심도,오즈포탈 배당 보는법괴물이라는 이름도 지워버리지 않는다.그것들을 그대로 놓고 다른 빛을 통과시킨다.우리는 대단해서 인간인 것이 아니다.자주 실패하고,사랑을 망치고,떠난 사람을 오래 기억하고,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에게 질문하면서도 다시 관계를 시작하기 때문에 인간이다.카슨의 문학은 바로 그 인간을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찾아낸다.그래서 고전은 박물관에 보관된 과거가 아니다.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이다.

앤 카슨의 책들이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워터스톤스 서점에 진열되어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앤 카슨의 책들이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워터스톤스 서점에 진열되어 있다.로이터연합뉴스

AI가 수천 권의 책을 순식간에 요약하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할까.수천 년 전의 사포가 사랑 때문에 흔들렸고,이사야가 하나님 앞에서 고투했으며,게리온이라는 괴물이 사랑받기를 원했다는 사실을 다시 읽는 일.한 여자가 어머니의 부엌에서 이별을 견디며 에밀리 브론테를 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일.그것이 어쩌면 인간이 아직 기계에게 넘겨주지 않아도 되는 영역일 것이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무엇을 잃고도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가.그리고 신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아져야 비로소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는가.

인류의 문명을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르는 시대다.새로 써야 할 것은 기계의 언어만이 아닐 것이다.카슨은 수천 년 전의 파편들을 들고 와 오늘의 우리 앞에 내려놓는다.깨진 유리처럼 흩어진 그 조각들 사이로 오래된 빛이 들어온다.천 년 전에도 있었고,지금도 있으며,분명 천 년 뒤에도 사라지지 않을 빛이다.우리가 아직 사람이라는 증거는 어쩌면 그 빛을 알아보는 데 있을 것이다.김성신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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